이것저것하는 Leon Zo
#002. 미국에서 차를 산다는 것 본문
미국 생활에 차는 필수품이다.
아니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차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우리는 며칠 지나지 않아 느끼게 되었다.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가게들이 한국처럼 가까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미국 도착 후 첫 일주일은 차량 구입에 신경을 썼다. 공항에서 빌린 렌터카를 타고 이 딜러샵, 저 딜러샵을 돌아다녔다.
미국에서 차량을 구입하는 일은 꽤나 신경 쓰이고 귀찮은 일이다. 한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딜러샵들은 본인들이 미리 차량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해당 재고를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판매한다. 특별한 옵션을 붙인 차량을 사고 싶다면... 주문하고 한참 기다려야 된다고 들었다.
여러 딜러샵들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첫날 두 군데 정도의 딜러샵을 다녀온 후에 생각했다.
'아 몇 군데 못 가보겠구나.'
딜러샵을 방문하는 일은 무척 피곤한 일이었으며,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었다. 한 군데만 들렀는데도 진이 빠질 정도였다. 능수능란하게 단련된 딜러들의 현란한 영업 기술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더군다나 우리 가족에게 영어는 외국어이니, 딜러들의 빠른 말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그래서 첫날 딜러샵을 다녀온 후에 주요 딜러샵에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도요타, 현대, 혼다, 포드...
시애틀에서부터 린우드, 커클랜드까지.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나는 이 정도급의 차량을 구하고 있는데 너희 브랜드 혹은 너희 사이트에 나와있는 매물 중에 이 모델이 좋아 보였어. 이 모델 가격이 괜찮으면 현금을 주고 구매할 생각인데, 너희는 세금 포함해서 OTD 가격으로 얼마를 제시할 수 있니?'
내가 접촉한 모든 딜러들은 꼬박꼬박 내 메일에 답장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좋은 가격을 제시한 몇 군데는 직접 방문해 차량을 살펴보고 가격 협상도 해 보았다. 역시나 영어로 협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최종 후보로 낙점된 차량은 현대의 산타페 스포츠와 혼다의 CR-V. 한국에서 SUV를 몰아본 적이 없었기에 SUV를 한 번 타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더구나 기름 싼 미국이니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에 가진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 더 큰 SUV를 사기는 힘들었다.
현대와 혼다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에게 선택은 의외로 간단했다. 혼다 쪽이 더 싼 가격을 제시했다. 두 차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저렴한 쪽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 미국 생활 5년을 함께할 네이비 색의 혼다 CR-V를 새 식구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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